출산 후기

잡담 | 2010/01/18 20:42 | 노아








 이런 이야기는 산모들이 맘스 홀릭 같은 카페에 올리는 글이지만 옆에 지켜만 보고 있던 남편의 입장에서 써본다.

 예정일이 지난 시점에서 태동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담당의사는 유도분만을 시작했다. 저녁 6시에 입원 및 유도분만 시작. 산모는 침대에 누워서 진통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밤 10시부터 조금씩 진통이 오기 시작하고 산모 옆 침대에 누워있던 남편은 무책임(?)하게 11시 경에 잠들어서 새벽 3시에 일어남.

 진통의 주기가 짧아지고 간호사의 체크 후 새벽 3시경 분만실로 산모와 남편은 이동함. 산모가 아프다고 하는데 남편은 옆에 앉아서 바라만 볼 뿐,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무통주사를 맞을 정도의 조건이 되어서 새벽 4시 30분 경에 당직의사가 마취과 의사를 불러서 주사를 놔주고 감. 그제서야 산모는 고통을 잊고 숙면을 취하고 남편도 덩달아서 숙면을 취함.

 새벽 6시경 바통 터치를 받은 새로운 당직의사가 와서 산모를 체크하더니 분만 준비를 시작함. 달콤한 잠을 자던 남편은 분만실에서 쫓겨나고 간호사 3명과 의사 1명이 진입하여 으싸으싸 하더니, 남편을 다시 분만실로 호출함. 남편의 왼손은 뒷짐을 지게 하고, 오른손에는 아기 탯줄을 자르기 위해 수술 장갑을 씌워줌. 아기가 나오기 직전의 산모와 의료진을 남편은 잠시 보는 것도 힘들어함. 덩치 큰 간호사는 산모의 윗배를 누르고 의사는 아기가 나오는 곳을 주시하고, 나머지 간호사들은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산모에게 지시하는 상황이 잠시 이어지더니 이내 남편을 잡아당겨서 탯줄을 자르게 함.

 뱃속에서 갓 나온 아기의 몸은 무언가 끈적거리는 것으로 덮여있었다. 이건 뭐 에일리언 보면서 징그럽다고 했는데 인간도 에일리언 만만치 않다. 6시 20분에 아기는 태어났고 나는 다시 분만실 밖으로 쫓겨남. 분만 이후의 후처리도 한 30~40 분 정도 걸림. 간호사는 첫울음을 우는 아기를 내게 데려와 손가락, 발가락 개수를 보여준 뒤 이야기를 해보라고 함. 멋쩍게 아기를 불러보니 신기하게도 울음을 그친다. 뱃속에서 가끔 듣던 목소리라서 그런거 보다. 아기는 바로 신생아실로 납치당하고 산모와 남편은 분만실에 회복을 위해 머물다가 병원의 입원실에 2박 3일 일정으로 들어감.

 우리나라에서 남편은 산모의 출혈이 낭자한 장면을 별로 못보게 하는 듯 한데, 미국에서 출산한 남편의 형은 간호사 옆에서 산모의 다리 하나 붙잡고 있었다고 함.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다고 한다. 피가 낭자한 그 광경을 말이다.

 의학이 많이 발달하기는 했지만 출산 과정은 참으로 인간적이고 동물적이다. 출산은 어쩔 수 없이 신의 영역인가 보다. 당직실에서 버티다가 출산 직전에 분만실에 와서 마무리를 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을 보면서, 이짓도 그닥 할게 못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쨋든 출산은 신비한 체험이고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되었지만, 한가지 분명한 점은 자기 자식은 참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것이다. 앞으로 자식 키울일이 막막하고 인생의 짐과 책임감이 늘긴 하지만 자식을 가진다는 것은 인간으로써 꼭 해봐야 하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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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ㅇㅈㅁ 2010/01/19 09:47

    카자마 킴이 태어난 것인가. -.- ㅋㅋ 암튼 축하축하.

    • 노아 2010/01/20 11:10

      카자마 킴 좋은데. ㅋㅋㅋ 당신도 빨랑 install 하라고~~

  2. 빠른곰 2010/01/28 12:43

    아기 아빠 된것을 축하한다.
    이젠 식수하 하나더 딸린다는 것이 얼마나 더 책임감이 가고
    힘든일인지 하나씩 느껴가라.

    그게 인생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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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의 삶 (3)

잡담 | 2010/01/12 19:59 | 노아

#1. 다음 모델 준비를 위해 외주 솔루션 업체를 만났다. 그 업체의 솔루션이 사내에서 상당히 많이 쓰이고 있는 걸 알았다. 나름 중요한 모듈인데 개발 용역비, 러닝 로열티를 주면서 사용하는 것이다. 왜 직접 개발하지 않을까? 외주 시키는게 마음이 편해서 그런가 보다. 이노무 회사에선 직접 개발하는게 무언가? 어플은 어플이라고 외주 맡기도, 미들웨어도 외주꺼 사오고, BSP는 칩회사에서 만들어오고.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IT 제품들이 아이폰 수준이 되려면 결국 외주 업체들의 능력이 일취월장 해야 된다는 말이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회사에 아키텍트 수준의 인력이 필요치 않다. 만약 핸드폰을 만든다면 프로젝트 팀장은 칩 업체에다가 전화는 잘 되는지, 통화 대기시간은 몇 시간인지 체크하고 잘 안되면 될때까지 갈구면 된다. 아이폰처럼 예쁜 UI는 외주회사에게 구현하라고 하면 된다. 만들고 나니 안 예쁘면 말고. 언론 플레이와 광고로 도배질해서 눈먼 한국 네티즌에게 팔아먹으면 되지 않겠는가?

#2. 회사에 인턴이 들어왔다. 컴과는 아닌데 소프트웨어가 하고 싶단다. 컴퓨터 관련 책들을 좀 추천해 줄까 하다가 지금이라도 인턴에게 이 바닥을 떠나라고 이야기 해야 되는게 아닌가 하고 고민을 해본다. 취업도 어려운데 인턴도 합격하였고 잘 되면 정직원도 될 수 있으니 그런 말은 삼가야 되는건가?

#3. 나이도 먹고 직급도 올라가다 보니 IT 개발자로써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늘어간다. 기술적인 공부는 뒤로 하고 나도 관리자 모드로 돌진해야 하는건가? 팀장이 기술적으로 잘못된 이야기를 외주 업체 앞에서 하는 걸 보면 내가 다 부끄러워 진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잘 몰라도 팀장이 되는 자칭 기술집약적인 회사에서 기술이 다 무었이더냐, 누가 알아준다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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